비취록 리뷰

[조완선] 비취록

때는 2015년, 고서 전문가 강명준 교수 앞에 비취록이라는 고문서를 감정해달라는 최용만이라는 사람의 부탁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강명준 교수는 예사롭지 않은 고문서에 상당한 흥미를 갖게 되고 최용만은 일부 복사본만 남겨주고 사라집니다. 비취록이란 정감록, 남사고비기 등의 예언서와 지봉유설 등의 고문서를 엮어 만든 선대들의 비결을 모아놓은 책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암시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강명준 교수는 최용만의 다음 연락을 기다리지만 연락은 오지 않고 그 대신 최용만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 뒤를 이어 비취록을 얻거나 파헤치려는 사람들이 살해당하고 그 배후에는 쌍백사라는 절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만민 평등을 주장하며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거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그들을 막으려는 오재덕 형사와 강명준 교수. 나라의 운명을 걸고 조선 최고의 예언서를 둘러싼 미스터리.

미스터리라고 하지만 읽으면서 긴장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다소 아쉬운 감이 있었습니다. 쌍백사라는 절을 조사하면서 그들이 숨기는 것을 찾아가면서 감시도 하고 그랬지만 그 사이에 별로 긴장감이라는 것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뭔가 일을 저지를 정체모를 곳이었는데 말이죠.

예언은 흥미로운 소재였습니다. 소설에서 시기는 2015년. 저도 그렇지만 요즘 시대에 예언이라고 하면 누가 믿을까요. 예언이라는 게 거의 다 빗나가고 극히 드문 확률로 한 번 맞을까 말까. 특히 잘 보이는 예언 중 하나가 연말에 지구멸망설. 매년 들리는 말이지만 매번 빗나가고 있지요. 뭐, 맞아떨어져도 곤란한 예언이긴 하지만요. 사회, 경제, 과학적인 면을 근거로 하여 예측을 하면 그 나름대로의 신빙성이 있지만, 하늘의 지시라든지 이런 것은 그렇게 와닿지 않습니다. 그 예언이 맞았을 때 비로소 신비롭고 위대하게 느껴지지만요. 이 소설에서는 그냥 단순한 예언이 아닌 정말로 그 예언대로 이루어지는 게 신비로운 점입니다. 정확하게는 예언을 이루기 위해 실제로 준비하고 실행했다는 게 놀라웠지만요. 그리고 마지막 하나 남은 예언.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하고 끝이 났습니다.

비취록. 백성들을 위해, 백성들의 열망을 담아놓은 비결. 세상이 어지럽거나 혼란스러울 때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누구나 세상을 바꿔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세상의 변화에 따라 그 방법은 다 다른 것이겠지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