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은 티테를 사랑한다 리뷰


  • 제목 : 요한은 티테를 사랑한다
  • 작가 : 안경원숭이
  • 키워드 : 집착녀, 직진녀, 철벽남
▶작품 소개 
티테는 요한을 사랑한다. 요한은 티테를 사랑할까?

남자주인공 : 요한 - 신의 축복을 받아 인류가 사랑하는 추기경.
여자주인공 : 티테 - 미쳤다고 손가락질받는 리베로가의 아름다운 장녀.
나름 신선하고, 여운이 제법 남는 단편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을 읽고 나서 다른 분들의 리뷰를 많이 읽어 봤습니다. 여주의 행동이 스토커와 다름이 없어서 꼭 미리보기를 통해 읽어보세요. 여주가 남주에게 사랑을 강요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 소설을 읽기 전이라면 스포일러를 보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주의! 아래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신선한 점과 결말
신선한 점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도 다른 인물들처럼 티테를 거짓말쟁이, 자신의 망상이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티테는 계속 사실만을 말했는데 말이죠. 이에 관해서는 요한이 철벽을 치면서 티테나 사랑하는 사람에 관해서 말할 때는 거짓말을 하면서 속인 영향이 크긴 합니다. 하지만 티테의 행동이 너무 과했습니다. 티테가 사랑에 미쳐서 스토커처럼 너무 사랑을 강요하니 그게 폭력과 다름없어서 티테의 망상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요한의 입장에서는 매우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티테가 곤란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 있어서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티테의 말대로 티테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서로 얼굴을 보는 것조차 매우 어려우니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티테의 행동을 잘했다고는 할 수 없겠죠.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읽어보면 새롭게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여주의 생각에 의문을 가지면서 읽지만, 2회차 때는 남주의 마음을 알고 있으니 '이 장면에서 남주는 어떤 생각과 심정이었을까?'라고 생각해 보면서 읽을 수 있거든요.

결말은 비극으로 끝났는데 저는 비극이라서 여운도 남고 훨씬 더 좋았다고 느낍니다. 해피 엔딩이었으면 여운도 남지 않고, 흔히 읽고 넘어가는 로판 중 하나가 되었겠죠.


2. 욕망과 포기, 이기적인 사랑
주인공들의 사랑의 형태를 보면 정반대입니다. 티테는 욕망을 가지고 상대와 서로 사랑하기를 바랐지만, 요한은 욕망을 포기하고 상대의 행복을 바랍니다.

"간사한지고...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은 외면한 채 제 사랑만 찾는구나."
주인공 모두 서로에게 이기적인 사랑을 강요합니다. 티테는 요한이 포기하려는 사랑을 폭력적으로 강요하면서 요한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요한이 자신을 사랑한다면, 제 행복을 바란다면 로켓 안을 봐 달라고 절실히 호소했을 때 티테는 거부했고, 요한의 사랑에 포기가 전제로 깔려 있다는 알게 되었을 때 티테의 기준에서는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죠.

반면에 요한은 희생될 걸 알고 있으니까 욕망을 포기하고, 상대방을 위해서 상대의 행복을 바란다며 배려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사랑을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정말로 티테의 행복을 바란다면 티테의 사랑을 외면하지 않을 테니까요. 티테의 행복보다는 티테가 무사히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요한은 자신의 사랑을 관철하고, 티테는 사랑을 위해 모든 걸 다 버리고, 스토커에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며 부모에게 학대까지 당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티테는 자신의 선택이니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지만(티테의 가족들은 너무 심했다고 봄), 요한은 이걸 알면서도 끝까지 티테의 행복을 외면하죠.

그리고 이기적인 사랑의 승자는 티테 같아요. 요한이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는 소문이 돌자, 티테는 요한이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증명하려고 합니다. 티테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다 버릴 수 있으니, 자신의 목숨을 희생함으로써 증명하는 데 성공하죠. 마지막에 와서야 요한은 사랑하는 사람이 티테라고 인정하고 진실을 말하지만 사랑하는 이는 이미 떠났고, 사람들이 진실을 믿지 않는 걸 보면 우습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요한, 네 업보다.
요한은 자신이 희생하는 것도 실패한 데다 결국 희생된 건 사랑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완전히 망했죠. 티테를 살리지도 못했고, 행복하게 해주지도 못했으니까요.

티테를 보면 마지막까지 요한에게 직접적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못 들은 게 너무 안타깝다고 느낍니다. '만약 로켓 장면에서 티테가 눈을 떴다면'이라고 가정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랬다면 일시적으로 둘이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행복이 일시적인 이유는 '전체를 위해서라면 소수의 희생은 당연하다'라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인류의 희망인 요한을 포기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작중에서도 인류를 위해서는 요한이 필요하다며 희생하려는 요한을 막고, 요한이 사랑하는 사람을 제물로 삼습니다. 요한이 절망을 하든 화를 내든 요한 개인보다는 전체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이런 사람들의 이기심을 보면 환멸도 느껴집니다. 요한이 성신의 축복을 받고 태어났고, 인류의 기대를 받고 있지만 행복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걸 보면 딱합니다...


3. 이름의 유래

어느 분의 리뷰에서 주인공들의 사랑은 신의 안배다, 티테가 테스트의 변형이라는 말을 보고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소설에서 티테는 사랑에 관해서 운명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며, 성신에게 고통스러운 사랑이었다면 왜 요한과 만나게 했냐며 기도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요한은 티테에게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한다고 몇 번 말한 적이 있고요. 그리고 티테에게도 시험이 주어졌는데 그건 로켓 안을 보라고 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생각해도 안타까워요. 조금만 더 빨리 눈을 떴어야지...


4. 요한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희생하라는 신탁을 예상하지 않았을까.
"예하는 연기를 하고 계세요. 거짓말을 하고 계세요. 모두 속았을 거예요. 아마 성신께서도 속았겠죠. 어쩌면 예하의 마음도 속아 넘겼을지 몰라요."
"저야말로 당황스럽습니다. 희생을 요구하는 신탁이 내려올 것이란 예감은 했습니다. 마땅히 희생은 제 몫이라 여겼죠. 하지만 이것은... 마치 제 속내를 꿰뚫어 보기라도 하신 것처럼..."
흔들림 없이 곧은 요한의 눈동자에선 죽음에 대한 공포나 삶의 미련 같은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동시에 쥰은 보았다. 사랑하는 이 대신 희생할 수 있어 만족하는 사랑에 빠진 남자의 눈을.
쥰 추기경이 요한이 이런 신탁을 예상해서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굴었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저도 요한이 철벽을 친 가장 큰 이유가 이 신탁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그러면 사랑하는 사람을 계속 욕먹게 놔두겠냐고요. 요한이 철벽을 치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척 굴면서 성신을 속이려고 했는데, 티테가 너무 고생하는 걸 보고 못 참아서 성신과 내기를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티테가 눈을 늦게 뜨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죠.(로켓을 좀 더 늦게 닫았어야지...)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을 접고, 사랑하는 마음을 없앤 척 연기를 해서 신탁에서 '요한이 사랑하는 사람'을 없애려고 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해당하는 사람이 없다면 신탁에 굳이 넣을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성신이 요한과 티테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면 요한의 마음을 모를 리가 없다고 봅니다. 서로가 운명인 것도 있고, 요한이 티테가 위험할 때 도와준 적도 있고, 요한이 티테를 살리면서 티테가 죽으면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말한 적도 있고, 로켓 안에 티테의 머리카락을 넣고 계속 착용하고 있으니까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