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의 늪 리뷰





  • 제목 : 권태의 늪
  • 저자 : 몽슈
  • 키워드 : 오래된 연인, 후회남, 집착남, 로판 소설
▶작품 소개 
함께한 지가 자그마치 7년이었다. 그 시간 속에는 그들이 함께 넘어온 많은 역경이 존재했다. 선대 공작부부의 냉혹한 반대부터 주변에서 쏟아진 따가운 이목까지.
그토록 힘겹게 헤쳐 온 길 끝에 놓인 건, 아이러니하게도 제 남자의 권태였다.

*

"우리 이제 그만 할까요?"
"뭘?"

되묻는 어조가 여상하다.

"뭘 그만하자고."
"……이런 관계."
"……."
"결혼 얘기 들었어요."

당신이 지금 나와 불같이 밤을 보낸 후에 가는 자리가 그 결혼 상대를 만나러 가는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단지 의례적인 결합일 뿐이야."
"……."
"귀족들끼리 결혼, 큰 의미 없는 거라고 말했잖아."

왜일까, 라샤에게는 그 말이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말라'는 것처럼 들렸다. 또 한 번 시계를 힐끔거린 그가 이내 침실을 벗어났다. 커다란 침실에 홀로 남은 라샤는 이불을 끌어 올렸다. 실내엔 온기가 충만하나 서늘함은 가실 일이 없다.

그의 사랑이, 제게서 살점처럼 떨어져 나가는 순간이 너무도 훤히 보이고 있었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봐도 끝내 발목을 붙들고 마는 제 남자의, 그의 권태의 늪.


주의! 아래의 리뷰에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건 다른 후회남 작품들과 비교하면 권태라는 특징 때문에 개연성이 있습니다. 여주는 초심을 잃지 않고 여전히 남주에게 신경 쓰려고 합니다. 하지만 남주는 너무 익숙해져서 초심을 잃고, 이 정도는 봐주겠지, 이해해 주겠지라는 안일함에 빠져 여주를 뒷전으로 미루게 됩니다.(이건 가족을 생각하면 익숙함이라는 안일함이 잘 와닿아요. 이것도 쌓이면 싸우거나 헤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죠) 설명하면서 이해시키지 않은 것도 문제였고요. 초반에 남주가 여주에게 했던 행동이 지금과 비교하면 너무 차이가 나는 바람에 여주는 '사랑이 많이 식었다.'라고 느낍니다. 제대로 대화를 해 보는 건 남주가 자신을 귀찮아하는 것 같아서, 여주는 대화를 포기하고 도망갑니다. 그리고 남주는 여주가 사라지고 나서야 빈자리를 크게 느낍니다. 남주가 여주에게 하는 행동의 일부는 너무 익숙해져서 습관처럼 굳어져 버려서 행동 자체에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받아줄 상대가 없으니까 무의식적으로 하고 나서 '아'하면서 깨닫는 거죠.

권태기 설정은 현대물 로맨스에 많이 있을 테지만, 요즘 로판 후회남 중에서는 개연성이 없거나 납득이 안 되는 작품(대표적으로 여주의 태도가 바뀌거나, 이별/이혼 요구를 하면 남주가 여주를 좋아하게 됨)이 많아서 개연성으로 본다면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여긴 남주가 안일함으로 인해 여주를 뒷전으로 미루거나 초반의 활활 타오르던 수준으로 행동을 안 해서 그렇지, 남주가 여주에게 무심하고, 쓰레기는 아닙니다. 다만 여주에게 의논도 설명도 하나도 안 하고, 남주 혼자 결혼을 결정했던 건 큰 문제였습니다. 비록 결혼 상대와는 서로 철저하게 이익과 목적(절대 바람이 아님)이 있는 결혼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에요. 여주가 헤어지자고 생각한 결정적 이유가 이 결혼 때문이었으니까요. 솔직히 이건 여주에게 미리 의논해도 바로 퇴짜 맞을 확률이 높은 걸요.

남주가 여주를 강제로 데려오고, 계속 도망가려고 한다면 감금까지 생각할 정도로 집착남의 기질이 있지만, 지난날의 문제점을 생각하며 반성을 합니다. 남주가 구르는 정도는 약한 편이라서 후회남 남주가 엄청 구르는 걸 좋아하는 분이라면 시시하게 느껴질 수가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저 정도로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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