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남 로판 소설 리뷰 4



후회남 로판 소설을 읽다 보면 남주가 후회나 고통으로 죽으려고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저는 당이돕을 포함하여 몇 개의 작품을 봤는데, 이걸 보면서 드는 생각은 총 3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남주의 후회와 고통이 와닿아서 안타깝게 느껴지는 경우입니다. 저는 이 생각이 든 게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라는 작품뿐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남주 자신이 다 망쳐서 수습은 안 되고, 감당이 안 되니까 죽음으로 도피하는 경우입니다. 내가 싼 똥을 내가 치우지도 않고 도망치려고 하다니 아니꼽게 보입니다. 세 번째는 두 번째의 경우에 남주의 이기심이 포함된 경우입니다. 남주가 죽으려는 이유조차 이기적이라서 환멸이 느껴집니다. 남주가 고통과 후회 때문에 죽으려는 모습으로 첫 번째의 경우를 유도하고 싶겠지만, 2~3번째의 경우로 느껴지는 경우가 제법 보여서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소중한 사람, 가족을 죽인 남주를 사랑할 수 있을까? 이번에 이 주제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 있어서 용서에 대해서 써보자면...
  • 용서의 사전적 의미 : 지은 죄나 잘못에 대해서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 주는 것.
  • "사람들은 용서가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한다. 정작 자신이 용서할 일을 당하기 전까지는……." (루이스C.S.)
  • "모든 용서는, 특히 진정한 용서라면 하나같이 어렵고 힘들다. 왜냐하면 용서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부당한 상처에도 자비를 보이려는, 그와 동시에 스스로를 치유하려 애쓰는 반응이기 때문이다." (용서라는 고통, 저자 스티븐 체리)
  • "진정한 용서는 처절한 몸부림, 요동치는 감정의 기복, 이루 다 헤아리지 못할리지 못할 깊은 번민과 고뇌와 갈등의 결과다. 하지만 자아의 안팎에서 선악과 끈질기게 겨루고 난 후의 용서는 모든 것을 바꾸어놓는다." (심리치료학자 버너딘 비숍)
  • "용서하는 마음을 가진 현명한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성급히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 이를테면 가해자가 한때 심한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그런 범죄를 저질렀을지 모른다고 쉽사리 말하지 않는다. 혹은 가해자의 과거가 현재의 범죄행위를 충분히 납득시키는 사유가 된다거나 심지어 무죄를 입증하는 근거가 된다고 섣불리 말하지 않는다. 현명한 피해자가 이런 논리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학대는 학대를 낳고, 폭력은 폭력을 낳고, 복수는 복수를 낳는 무한반복의 악순환에 결코 끝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명한 피해자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 행위는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그 어떤 경우에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나는 아직도 상처로 고통받고 있지만 상처의 결과에만 집중하지 않겠다. 이미 지난 일로 더 이상 격분하지 않겠다. 그건 나의 존엄성을 주장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분노, 분개, 원한을 놓아버리자. 내 안에 가해자를 가둔 차가운 감옥의 자물쇠를 풀고 그를 내 공감적 상상의 공간으로 불러들이도록 노력해보자. 그에게도 치유의 기회가 될지 모른다. 내가 이렇게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내 마음속 감옥을 비워내는 게 스스로에게 이롭기 때문이다. 분노, 분개, 원한은 평생 짊어지고 가기엔 너무나 무거운 짐이다. 두 번째 이유는 폭력과 보복의 고리를 끊기 위해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 때문이다. 이 악순환은 그 어떤 가혹 행위보다 파괴적이다." (용서라는 고통, 저자 스티븐 체리)
  • "용서는 화해와 다르다. 만일 내게 상처준 사람을 용서하면 그 사람과 다시 예전처럼 지내야만 한다는 생각에 용서를 두려워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용서는 새로운 나,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새로운 방법이다. 용서는 상처와 피해를 묵과하지 않는다. 폭력과 죽음을 외면하지 않는다. 잔인한 진실을 더 넓은 목적과 현실이라는 맥락 안에서 숙고한다. 상처를 잊는 것이 아니라 상처의 기억이 남은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용서라는 고통, 저자 스티븐 체리)


주의! 아래의 리뷰에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제목 : 아스티아낙스의 어머니
  • 저자 : 파이드파이퍼
  • 키워드 : 계략남, 집착남, 후회남, 계략녀, 약피폐물, 복수, 시대물, 일부다처제
▶작품 소개 
기습적으로 쳐들어온 타갈로스 해방군과 비밀리에 그를 돕기 위해 지원된 마우리스 군대의 침략으로 알카스토스 제국은 황제와 황태자를 잃는다.

타갈로스 해방군의 지도자이자 선왕의 아들이라는 자격으로 타갈로스 왕의 관을 쓴 아슈라드는 휘하 가신들의 종용에 따라 제국을 삼키기 위한 초석으로써 유일하게 살아남은 황제의 딸 필로메아 황녀와 결혼한다.

열여덟 살의 어린 나이와 별다른 힘이 없는 가냘픈 아녀자의 몸, 가진 것이라고는 혈통밖에 없는 비참한 처지에도 순순히 그를 받아들이지 않고 끊임없이 반항하는 황녀.

처음에는 그저 말 안 듣는 야생동물 대하듯 코웃음 치며 지켜보던 그는 그녀의 기행에 의문을 품고 이해하려 노력하면서부터 그녀를 도구나 인질이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서 애정을 품게 되는데.
대여 이벤트로 1권을 읽고, 복수에 성공한다는 리뷰를 보고 2권은 패스하고 3권을 바로 봤습니다. 피폐물 키워드가 있는데 제 기준에서는 약피폐물이에요. 작중 흐르는 시간이 빨라서 피폐로 질질 끌지 않고, 전개가 빠른 편이라서 약한 피폐물로 느껴집니다.

불호 요소 중 하나가 1권에 남주가 첩을 들이고, 첩들이 아이도 낳습니다. 여주의 아이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저는 역하렘도 보는 사람이지만, 역지사지라고 남주를 공유하는 여주의 입장으로 보면 기분이 나쁩니다. 그 다음으로 불호 요소가 남주 웃음소리예요. 말하면서 '크크큭'거리는데 정말 읽기가 싫어집니다. 이거 때문에 보기가 싫어져서 복수만 아니었으면 바로 패스하려고 했습니다.

남주가 초반 시작부터 여주 가족을 다 죽이고, 여주가 정 붙일 사람들도 다 죽여버려서 최악으로 시작합니다. 남주는 여주가 보는 앞에서 잔인하게 처단하는 부분도 있어서 여주가 정신이 나가서 미쳐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주는 남주가 증오의 대상이고, 복수의 대상이고, 남주와의 아이에게는 정을 붙이지 못합니다. 반면에 남주는 1권 중후반부터 여주에게 신경이 쓰이면서 보호해야 할 가족이고,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합니다. 여주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제적으로 행동하던 나쁜 놈이 여주에게 상냥하게 대하기 시작하죠. 그리고 남주가 자신의 아이들(여주와 첩들 사이의 아이)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않고, 신경을 많이 쓰고, 자상합니다. 남주가 첩들도 막 대하지 않고, 기본적인 예의는 갖추고 대하는 모양이더라고요. 내 사람이 되면 확실히 책임을 지는 듯합니다.

남주의 태도가 변하면서 여주의 심정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남주가 정말 싫으면서도 남주에게 조금씩 호감이 생기고, 여주 자신의 울분을 남주에게 쏟아내기도 합니다. 작중 시간이 빨리 흐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흐르면서 여주의 마음도 조금씩 변하는 거죠. 2권에서 여주의 감정이 변하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남주에 대한 애정과는 별개로 여주는 남주를 용서할 수가 없어서 복수하려고 합니다. 복수를 하지 않으면 죽은 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기 때문에, 제국의 황족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저버릴 수 없기 때문에. 작가님 왈, 여주는 복수를 하면 자신이 망가질 걸 알면서도 자기 책임과 의무를 위해서 복수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사람이 일을 저지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느냐 뿐이다. 그 외의 명분, 애정, 실리 같은 것들은 '실행'을 정당화하기 위해 덧붙이는 것에 불과하다.
위험한 것은, 너를 증오하는 상대가 아니야. 너를 해할 능력이 있는 상대다.
그녀가 아무런 대비 없이 그와 마주했을 때, 그의 의지를 꺾기 위해 쓸 수 있는 대응책이라고는…… 그가 그녀에게 품고 있는 애정에 기대는 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까지 한 번도 제대로 성공한 적 없었다.
여주가 결국 복수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겠죠. 여태까지의 전적(폭력, 죽음)이 있으니 아무리 남주가 잘 해 보려고 해도 아직 믿을 수가 없는 거예요. 남주가 뭔 짓을 하려고 하면 여주는 그걸 막을 힘이 없으니까, 절대로 책임과 의무를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위치와 상황이 막중해서 그저 사랑을 선택하기엔 남주를 믿을 수가 없는 거예요. 여주는 사랑을 이유로 과거에 남주가 행했던 폭력을 외면하지 않아요. 만약에 남주를 선택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여주는 자신의 선택(사랑)을 죽도록 후회하고, 자기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을 겁니다. 혹시라도 신뢰를 쌓을 만큼 좀 더 많은 시간이 있었다면 다른 결말을 맞이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고 하죠. 보면 안타깝습니다. 여주는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대해서 힘들고, 괴로웠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여주가 죽고 나서야 모든 짐을 내리고, 드디어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저는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피폐물에서는 파멸 엔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느낍니다. 밑바닥까지 떨어지고서는 '사랑하니까 앞으로 행복해질 거예요' 엔딩을 볼 때마다 씁쓸했거든요. 절대 잊을 수 없는 일을 당하고,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가해자를 보면 그 고통이 더 선명하게 떠오를 거고, 화해를 하려면 더욱 시간이 걸릴 겁니다. 볼 때마다 '가해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어요. 저는 스톡홀름 증후군(인질로 잡힌 사람이 인질범에게 심리적으로 동조하는 증세나 현상) 해피 엔딩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랑은 맹목적이라서 폭력도 외면해 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연인, 부부 간에 지속적으로 폭력을 당해도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니까 괜찮다'고 그대로 지내는 경우가 있지요.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아요.

위에 적은 건 3권에 있는 본문의 내용인데, 읽으면서 무척 인상에 남는 말이었습니다. 로판의 주인공들의 관계를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로판에서 남주는 여주를 해할 능력(지위, 무력)을 가지고 있지만 여주는 남주를 해할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남주와 대립이 발생한다면 여주는 남주의 의지를 꺾기 위해 애정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남주는 애정말고도 지위(주인공이 결혼을 해도 사용인, 호위 등이 남주의 사람임)나 무력으로 여주를 감시하거나 가두는 등 제압하여 여주의 의지를 꺾게 할 방법이 많은 편이거든요. 특히, 집착 키워드가 있으면 상대는 나를 보호해 주는 것과 동시에 나를 해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능력이 없는 여주는 애정 외에는 그걸 막을 방법이 없으니, 엄청 고생해서(몸과 정신이 고통받음) 꺾거나 수긍할 수밖에 없게 되지요.



  • 제목 : 이번 생은 네가 있어서 나는 조금 울었어
  • 저자 : 포테
  • 키워드 : 계략남, 다정남, 상처남, 후회남, 애잔물
▶작품 소개 
벌레가 싫어서 그냥 몇 번 죽었다. 매번 쉽게 삶을 포기하는 프리네에게 신이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그 결과 프리네는 그녀의 강력한 인연이 있다는 세계로 환생했다. 벌레공포증인 그녀가 세상 모든 벌레들의 친구가 된 채로.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이번 생은 수명을 다하기 전에 죽지 않고 잘 살아 보려고 했는데……

"저게 뭐야, 엄마아아!"

유혈이 낭자한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웃음).
게다가 강력한 인연이라고 확신한 남자는

"비 오는 날엔 언제나 프리네 양에게 가겠습니다."
"내가 언제 어디에 있든 상관하지 않고?"
"상관하지 않고."
"경이 아주아주 바쁘고 어려운 순간이더라도?"
"가겠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
"내리는 비가 그치기 전에."

이상하게도 그녀에게 '인연'이라는 단어보다 '위험'이라는 단어를 더 떠올리게 하는 존재였다.

"눈치 빠른 척, 전부 알고 있는 척하면서 이건 몰랐습니까?"
"뭐, 뭘요?"
"나는."
"진작부터 그대를 벗기고 싶었어."
제목을 보면 조금 운 게 아니라 오히려 가장 많이 울었다고 보는데 말이죠. 1~4권까지는 주인공들이 잘 지내다가 5권에서 남주가 일을 터트리고, 후회남이 됩니다. 그리고 여주의 벌레공포증 때문에 좀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남주가 복수 때문에 여주의 아버지를 간접적으로 죽이게 됩니다. 여주는 사랑하는 남주가 저지른 일에 절망하고, 남주를 원망합니다. 그렇다고 여주가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건 아니고, 남주가 복수하려는 걸 알게 되고 나서, 남주에게 다른 건 바라지 않을 테니 제발 사랑하는 자신의 아버지만은 죽이지 말라고 말하거든요. 남주가 자신을 사랑한다면, 간절하게는 복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최소한 자신의 바람만이라도 들어주길 바라지만, 현실은 무르지 않았습니다. 사랑은 위대하지 않았고요. 처음에 여주는 남주가 자신의 취향이라서 좋았고, 나중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남주를 선택할 정도로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여주의 사랑은 항상 뒤로 밀렸고, 배신당했죠.

남주가 사랑을 우선시 했다면 다른 방법으로 대가를 치르게 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복수를 포기할 수 없는 건, 복수를 바라는 사람이 남주 외에도 더 있기 때문입니다. 남주 혼자만 복수를 하려고 했다면 사랑 때문에 복수를 포기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남주 이외에 다른 사람들은 그 원한을 뭘로 풀까요. 상관이 복수를 포기했다고 해서 알겠습니다라고 넙죽 받아들이기는 힘들겠죠. 남주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여주의 아버지에게 복수하고, 남주네 가문을 일으켜 세우는 게 목표였으니까요. 누가 여주의 말을 그대로 전달했다면 다른 가능성이 생겼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죠. 그래서 결국 남주는 자기 사람들을 저버릴 수 없어서 여주의 사랑을 포기하고 복수에 성공합니다. 아무리 남주가 여주의 아버지의 죽음을 막으려고 했어도, 복수를 선택해서 여주의 아버지가 죽을 상황을 만들어 버렸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죽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남주도 복수를 선택함으로써 여주와의 관계가 무너질 걸 알고 있었고, 당연히 후폭풍을 버틸 수 있을 거라고 각오합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아요.

그런데 복수를 하고 나서 여주의 고통과 원망을 보니, 후폭풍이 남주 자신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서 멘탈이 터집니다. 복수는 했지만 완벽하게 패배한 기분이고, 여주가 절망하고, 고통받는 걸 보니 남주 속이 더 타들어가서 미치고, 여주에게 다시 사랑받고 싶고... 장난하니?!?! 복수를 끝내고 나니 사랑 타령을 하고, 나중에는 남주 자신이 망가뜨린 걸 다시 복구합니다. 짊어진 짐이 사라지면 나머지를 신경 쓰게 되겠지만... 그래도 사랑보다 복수를 선택했잖아. 사랑 때문에 복수를 다른 방법으로 바꾼 것도 아니고, 처음에 계획했던 복수를 그대로 진행했잖아... 남주를 보면 '엎질러진 물은 두 번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여주에게 네가 알아서 죽어라는 말을 들었다고(진심도 아닌), 정말로 죽으려는 남주 이놈은 진짜 바보 같아요. 어떤 느낌이냐면 심하게 싸우면서 홧김에 죽어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진짜 죽으려고 하는... 이제 남주에게 남은 건 여주밖에 없다고 하지만, 여주는 괴로워서 죽고 싶어도 아버지 때문에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고 버티고 있는데 말이죠.

여주는 여주의 아버지가 죽은 그날에, 남주에게 복수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복수가 복수를 낳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심한 상처를 받아도, 그게 복수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래서 실제로 여주가 복수를 하지 않음으로써 복수의 연쇄를 끊습니다. 그리고 복수를 원한 누군가는 복수 때문에 나중에 그 대가를 치르게 되죠.
"나는 행복해지려고 그 남자를 만나는 게 아니야. 세상에는 불가항력적인 것이 있어. 으음, 마음은 내 것인데, 이미 다른 이에게 주어 어쩔 수 없는 그런 거. 사랑이라는 예쁜 말을 감히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그런 것이 있어서. 행복해지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고 말아."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여주가 복수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남주와 쉽게 화해하지 않습니다. 남주를 사랑하지만, 남주와 이어지기에는 상처가 너무 크고, 아픔이 오랫동안 지속되었기 때문입니다. 용서는 생각보다 빨리 해 주지만, 화해를 하는 데는 몇 년이 걸렸거든요. 축약하여 몇 년이 걸렸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주가 많은 고뇌를 했을 거라는 점은 와닿습니다. 주인공들이 이어지기까지 남주의 노력(사랑을 위해서 다 버렸음)과 인내심도 많이 필요했고요. 이때의 남주는 솔직하고, 변명을 안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여주의 아버지는 이 소설이 애잔물인 이유예요. 아버지는 쉽게 생을 포기하던 여주에게 삶의 이유를 만들어 준 사람입니다. 그리고 여주를 위해서 다 만들어놓고 갔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가버린 건 너무했다고 생각하지만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