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를 사랑하는 방법 리뷰


  • 제목 : 용사를 사랑하는 방법
  • 저자 : 별고래파이
  • 키워드 : 피폐물, 상처남, 상처녀, 정신병, 회귀물
▶작품 소개 
나 오늘 좋아하는 애를 죽였어.
걔가 미래에 죽여달라고 부탁했거든.
나한테 부탁한 건 아니지만… 어쩌겠어? 좋아하는 사람의 소원을 이뤄주고 싶었다고.
나는 짝사랑하는 입장이야. 사랑에 관해서는 절대적인 약자였단 말이야.

* * *

마수와 인간의 전쟁이 수백 년간 이어질 때, 줄리아가 짝사랑하던 소년 체이스는 인간을 승리로 이끌어줄 '예언의 용사'로 선택받고 마을을 떠난다.

어느 날, 돌연 마을에 나타난 체이스는 연인 이사벨라에게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죽으면 과거로 돌아오며, 이 세상에서 마수를 모조리 없애버리기 전까지 절대 죽을 수 없다는.

체이스의 이야기를 훔쳐 들은 줄리아는 갑자기 마을에 쳐들어온 마수에게 살해당하고, 어찌 된 일인지 열두 살 때로 회귀하게 되는데…….


주의! 아래의 리뷰에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리디북스에서는 이 소설에 힐링 키워드를 넣었던데, 절대 힐링물이 아닙니다.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주가 용사라서 판타지물 키워드가 있는데, 회귀한 시점이 남주가 용사가 되기 이전이라서 일상물입니다. 그런데 남주가 마수를 전부 없애기 전까지는 절대 죽을 수 없다는 점과 회귀하고 나서 여주의 정신병 때문에 피폐합니다. 결말은 새드 엔딩이고, 그 이후를 생각하면 꿈도 희망도 없는 배드 엔딩입니다.

제가 읽었던 로판 소설 중에서 불쌍하고, 안쓰럽고, 비극적인 남주 상위라고 생각합니다. 마수가 전멸하기 전까지 용사는 죽어도 무한 회귀를 하니 다른 의미에서는 저주나 다름없지요. 단번에 마왕과 마수를 전멸시켰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았던 남주는 셀 수 없을 만큼의 죽음을 경험하고, 고통받고, 절망하고, 죽지도 못하니 감정도 마모되어 사라지겠죠. 외전에서 남주가 첫사랑(여주 아님)에게 죽어서 회귀해서 자신의 고통을 함께하며 이해주기를 바라는 걸 보면 남주가 미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도 제법 변질되었죠. 원래의 남주라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같이 지옥에 빠지자고는 하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그걸 성공할 때까지 계속 시도하겠다는 걸 보면 이게 지옥 같은 루프 속에서 남주의 마지막 희망인가 싶어요. 만약에 이 세계관이 평행 세계를 포함하고 있다면 이 남주는 해피 엔딩을 맞이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남주가 첫사랑의 죽음마저도 무감각해지고 있고, 첫사랑과 회귀를 성공한다고 해도 일시적일 뿐이라서... 나중에는 첫사랑조차도 남주에게 의미 없는 존재가 되겠죠. 언젠가 모든 마수를 죽이고 세상을 구원하겠지만, 그 순간에 남주가 가장 바라는 건 죽음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본편에서 여주가 남주를 죽임으로써 남주를 최종적으로 고통에서 구원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고통받던 남주였다면, 여주가 자신이 바라던 이해자고, 구원자겠죠. 하지만 본편에서 용사가 되기 전인 아무것도 모르는 남주에게는 구원이 아니라 불행이었겠지만요. 좋아하는 사람(여주)이 자신을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어머니로 겹쳐 보고 있었고, 그래서 상처도 엄청 받고, 마지막에는 왜 자신을 죽이는지도 몰라. 남주가 죽을 때는 여주를 원망하며 죽었겠죠.

그리고 예언이 내려오기 전에 남주가 죽어서 용사로 삼을 인재가 없어서 맞이하는 세상 멸망 엔딩. 꿈도 희망도 없지요. 신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능력이 없으면 인재가 없어서 세상이 멸망할까요. 용사에게 특별한 힘은 주지도 못하고, 예언만 반드시 지킬 수 있도록 무한 회귀만 준 걸 보면 말이죠. 신은 위엄만 챙길 모양이 아니었는가 싶습니다. 무한 회귀 + 희망 고문(일회성으로 회귀 전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이 남주에게 잔인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여주가 회귀했을 때 남주가 기억을 하지 못한 이유는 남주와 여주의 회귀 시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주의 꿈에서 남주가 회귀하는 시점을 보면 전장에 있을 때거든요. 남주가 마을로 돌아가서 여주와 같이 있어도 죽어서 회귀하면 전장에 있는지 다시 마을로 향합니다. 그리고 회귀 시점은 확실하게 나온 게 남주가 첫 전장에서 죽고 나서 첫 전장으로 돌아왔다는 것뿐입니다. 아마도 죽고 나서 가까운 과거로 돌아가는 걸로(외전으로 볼 때 최소 한 달 전) 추측합니다. 회귀할 때마다 첫 전장으로 돌아갔다면 친구를 살리려고 수십 번을 자살했다가 포기하지는 않았겠죠. 게다가 마수의 왕을 잠시 물러나게 하는 데만 몇 천 번을 죽었다고 했으니 처음부터 시작한다면 패턴도 못 외울 테고요. 그래서 남주는 자신이 죽고 나서 가까운 과거로 회귀하고, 여주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6년 전으로 회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차피 배드 엔딩으로 끝나는데, 에필로그에 여주의 꿈으로 해피 엔딩은 왜 보여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평행 세계라면 여주의 꿈처럼 이루어지는 엔딩도 존재할 수 있으나, 다른 세계에서 고통받는 남주가 많다는 걸 생각하면 암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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