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판 소설 - 피폐물 집착남 리뷰

장르에서 로맨스는 사랑 이야기로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정상적인 사랑을 말합니다. 영화만 봐도 비정상적인 사랑이나 상대에게 집착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로맨스 키워드로 분류하지 않죠. 하지만 소설에서 '로맨스 + 피폐물' 키워드 중에서 로맨스가 아닌 작품을 로맨스로 분류해놓은 걸 보면 상당히 불쾌합니다. 왜냐하면 가해자(주인공)가 피해자(주인공)에게 가한 폭력을 사랑(로맨스)이라는 이름으로 미화시키는 느낌이거든요. 로맨스 키워드를 달면 개인적으로 이런 느낌이 듭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가하는 폭력이 사랑을 하기 위한 과정이나 수단이고, 피해자에게 있어서는 폭력이 사랑을 위한 시련인 거죠.

어느 로판 소설의 피폐물 작품을 보면 표지에도 로맨스 판타지라고 써놓고, 주인공들의 관계를 보면 강간으로 시작해서 감금, 강간으로 끝납니다. 여주는 도망치다가 실패해서 붙잡혔고, 남주는 악마라서 악마의 기준으로 사랑(인간의 기준으로는 집착)이라고 말하는데... 피폐물 키워드를 달고 주인공에게 어떤 폭력을 행사해도 죽이지만 않고, 사랑이라는 말만 하면 로맨스 키워드를 붙일 수가 있네요.

이번에 언급하는 작품 2개는 가해자가 남주인 경우인데 로맨스라고 할 수 없습니다. 피폐물 + 집착남 키워드에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아래에 있는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제목 : 악역 남편님, 집착할 분은 저쪽인데요
  • 저자 : 메나닉
  • 연령 : 15+
  • 연재처 : 카카오페이지
  • 기타 : 기다리면 무료(1일), 완결
▶작품 소개 
피폐 소설 속 미친 악역 황제의 부인으로 빙의했다.
얼마 후 이 악역 황제가 집착할 성녀가 등장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쳐야지.
이 맹목적인 악역 황제는 성녀를 만나는 순간, 나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것도 기억 못 할 테니까!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안 했다.
정말 최대한 미친 남편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바짝 엎드려 기기만 했는데……

*

"그대에게 선택지를 주지."

그가 삐뚜름하게 입술을 올렸다. 하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하나, 나와 함께 궁으로 돌아가든지."

그와 시선이 나를 옭아맬 듯 진득했다.

"둘, 감히 제국의 황후를 은닉한 이 사람들을 모두 반역죄로 죽이고…… 나와 함께 궁으로 돌아가든지."

아니, 성녀님 등장했잖아요? 왜 저한테 이러시죠?
일단 이 작품의 표지는 위장입니다. 표지나 작품 소개글을 읽어보면 가볍게 느껴지는데, 실제로는 후반부에 피폐함이 올라오는 부분이 있습니다.(경고문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 여기서 여주를 피폐하게 만드는 가해자는 남주입니다.

키워드는 스릴러, 피폐물, 미친놈, 집착남입니다. 근데 작품 소개 키워드에는 피폐라는 말은 없고, 선결혼후연애라고 적혀 있는 걸 보면 낚시하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카카페 로판에서 많이 보이는 '폭군에게서 살아남기' 같은 성향을 바라고 보면 안 됩니다.

이 소설이 로맨스라고 할 수 없는 이유가 남주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나 닥치는 대로 죽여버리는데, 여주도 예외가 아닙니다. 초반만 봐도 여주가 남주를 두려워하고(이 공포는 사라지지 않음) 오로지 살기 위해서 남주의 말에 빨리 반응하고, 무조건 수긍하고, 절대 거부하지 않습니다. 안 그러면 남주에게 바로 죽거든요. 그래서 강압적인 관계 속에서 살인, 강간 등 반항하지 않고 순종적으로 행하고, 남주가 명령하는 건 전부 실행합니다. 저는 이 작품을 초반 20화까지 보고 건너뛰어서 92화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최신화까지 봐도 여주는 남주에게 약간의 정(스톡홀름 증후군)은 생긴 모양이지만 남주를 사랑하지 않는 모양이더군요. 증오합니다. 그리고 댓글로 봤었는데 여주가 생존을 위해 남주를 사랑한다고 자기자신을 세뇌했다고도 하더군요.

최신화까지 여주에 대한 남주의 감정을 보면 '그냥 장난감 → 조금 흥미로움 → 마음에 들기 시작하니 아낌 → 온전히 소유하기 위해 완벽하게 통제(인형 취급)'.

중반부에 주인공들의 관계에서 여주가 일시적으로 우위를 일부분 차지하게 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여주가 남주의 통제 안에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더군요. 100화 이후부터 남주가 여주를 감금하면서 우위를 점령하여 여주를 완벽하게 길들이기 시작합니다. 여주는 절망하면서 인간성을 상실해가며 망가집니다. (자괴감과 자기혐오도 인간다운 감정이라 사치스럽다니...)

130화 이내 완결 예정이라고 들어서 어떤 배드 엔딩을 맞이할지 궁금합니다. 외전을 생각하면 메리 배드 엔딩으로 남주를 죽여도 살아날 것 같고, 남주를 못 죽인다면 여주는 애증을 가진 채로 같이 지내는 결말이 아닐까라고 추측해봅니다.

이 작품 댓글을 보면 '로맨스 판타지 맞음?', '주인공들의 행복, 해피 엔딩.' 이런 말도 있는데, 이건 애초에 로맨스라고 단정 짓고 봐서 그런가보네요. (저는 로맨스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배드 엔딩으로 거의 확정하고 보는데 말이죠. 새드 엔딩은 못 봐서 그렇고, 요즘은 메리 배드 엔딩이 추세인 모양이니.) 연령 제한 때문에 생략되거나 심리를 가볍게 묘사해서 그런 걸까요?

남주 입장으로만 보면 손바닥 위에 여주를 올려놓고 갖고 놀다가 애정을 알게 되니 로맨스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여주 입장으로만 보면 주인공들의 관계가 강자(기분에 따라 여주를 죽일 수 있음)와 약자(피해자)인데, 혹시나 여주가 남주를 좋아하게 되더라도 이게 정상적인 사랑으로 로맨스 같다고 느껴지나요? 남주가 피폐 소설 속 싸패에 집착남입니다. 여주는 공포가 남아 있고, 남주는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습니다. 그걸 아니까 남주가 여주에게 사랑의 진위 여부를 물었을 때 남주가 부러우면서 비참할 수 밖에 없죠. 자신은 언제 살해당할지 몰라서 전전긍긍하는데 남주는 사소한 거나 고민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마지막으로 카카페 작품에서 일부 집착남 캐릭터들을 보면서 생각하는데, 집착남 키워드를 사용하면서 집착한다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합니다. 집착과 사랑을 비교하면 사랑의 비중이 70~90% 정도 차지하다 보니 상대방을 존중해서 집착한다는 느낌은 별로 받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질투심이 강하고, 여주를 절대 포기하지 못한다로 묘사해버리니, 저는 집착이라는 게 너무 사랑해서 매력적이라는 느낌을 받아요. 집착이라는 건 사랑과 달리 배려라는 것도 없고, 오로지 이기적인 마음뿐이라 소유하는데 의미를 두니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마음이나 고통을 다 무시할 수 있습니다. 보통 집착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인간관계 간섭, 통제, 의심, 감시 등이 있습니다. 굳이 집착을 사용한다면 이런 특징들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으니, 집착 키워드를 왜 사용하는지 모르겠어요.

카카페 기준으로 집착이 중간쯤 되는 캐릭터들은 위험한 생각은 해도 실천에는 옮기지는 않고, 감시나 여주를 약간 통제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정도일까요. 마지막으로 집착이 강한 캐릭터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집착하는 사람의 특징이 대부분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 92화 : 작품 소개 아랫부분.



  • 제목 : 검이 뽑힌 자리
  • 저자 : 강윤결
  • 연령 : 19+
  • 연재처 : 리디북스
  • 기타 : 기다리면 무료(1일), 완결
▶작품 소개 
※본 작품에는 강압적인 관계, 폭력적인 묘사, 잔인한 묘사, 가스라이팅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몸이 편치 않은 언니 레테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며 단둘이서 근근이 살아가던 헤일라.
어느 날 그녀는 쓰러져 있던 리안을 만나게 되고,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

"난 너랑 있으면 좋아."
"그럼 계속 같이 있으면 돼."

하지만 언니를 위해 헌신하기로 맹세한 삶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갈구하는 남자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 버린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언니야."
"……"
"언니를 버리는 건 나를 버리는 일이야."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낯선 공간에 던져진 뒤였다.

"집에서 뛰면 안 돼. 네가 가르쳐 줬잖아."
"이, 러지 마. 나 이제 집에 가야 해. 여긴 내 집이……"

서서히 드러나는 그의 광기. 하나뿐인 가족을 보호해야 했다. 그럴 수 있으리라 자만했다.
그리고 레테가 죽었다. 아마도, 리안의 손에.

* * *

"……죽을지도 몰라."

그를 버려야 할 시간이었다.

"네가 나를 버리고 가면 나는 죽을지도 몰라……"

버리지 말아 달라고 애걸하는 꼴이 비참했다. 하지만 더는 리안을 믿을 수 없다.

"그럼 죽어야지."

그는 벌을 받아야 했다.
키워드는 피폐물, 미친놈, 계략남, 집착남, 애증, 복수입니다. 전개가 빠른 편이라 작중에서 시간이 빨리 흘러갑니다. 피폐 수위가 높습니다. 작품 소개나 키워드 중에 후회남이 있는데 이건 결말에서야 해당하므로 이걸 후회남이라고 기대하고 보면 안 됩니다.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은 여주가 망가지는 거지, 후회물이 아닙니다.

저는 이 작품을 결말부터 봤더니 마음에 들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여기 키워드를 보면 애증과 복수가 있거든요. 복수하는 작품은 보질 못해서 약간은 통쾌함을 느꼈습니다. (거의 대다수가 죽지도 못하고 배드 엔딩을 맞이해버리니.) 미친놈 상대로는 미친놈이어야 균형이 맞기 때문에.

이 소설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미친놈들의 세상이에요. 주요 등장인물들 중에서 정상인은 거의 없을 정도로요.

남주는 싸패에 미친놈이지만 여주가 자신에게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남주가 애정 하나 받지 못하고 자랐는데, 그 애정이라는 걸 여주에게서 받았거든요. 그래서 좋아하는 여주와 행복하려고 본성을 숨기고 정상인인 척 내숭을 떱니다. 집착만 있었다면 당연히 내숭을 떨지 않았겠죠. 하지만 여주가 좋아하는 남주를 선택하지 않고, 남주를 버리고 헤어진 이후부터는 남주에게 집착만 남아서 여주를 묶어놓을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감금, 협박, 세뇌, 약물, 강간, 강제 임신... 여기서 협박하는 것도 보면 여주 언니만을 대상으로 삼는 걸로 끝나지 않습니다. 여주 눈앞에 보이는 사람, 여주와 닿았던 사람도 다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해서 여주의 죄책감을 자극합니다. 실제로 그 결과물(시체, 팔, 다리 등)을 여주한테 보여줬었고요.(이걸 보면서 협박을 제대로 할 줄 안다고 감탄했습니다.) 참고로 남주는 죄책감이라는 게 없습니다. 이는 여주에게도 해당돼서 여주가 도망치려고 한다면 죽지 않을 정도로 신체적 손상을 입히는 것도 가능합니다.

여주는 남주 때문에 완전히 망가져서 정신나가고 미치는 걸 보면 얘도 완전히 미친놈이 되었구나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남주가 하는 짓거리를 보면 여주가 미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정말로 정신이 나가서 미쳐버린 상태가 되기도 했고, 약물 과다사용으로 여주 상태가 이상해지고, 후유증도 얻고... 이러니 증오가 생길 수 밖에 없고, 여주 상태를 보면 정말 안쓰럽습니다. 사람 하나 제대로 망가졌구나라고.

여주 언니도 정상인은 아니라서 여주에게 가스라이팅을 많이 합니다. 얘는 과거에 사창가에 팔려서 도망치고 돌아와서 부모를 죽여버립니다. 독하고 미쳤죠.

마지막으로 작중 최대 피해자가 한 명 있습니다. 주인공들의 아이입니다. 의무만을 가지고 키울 뿐이니 아이는 애정을 하나도 받지 못합니다. 남주는 의미있는 유일한 상대가 여주뿐이라서 그런 거고, 여주는 남주가 한 짓거리를 보면 아이에게 죄는 없지만 안타깝게도 애정이 생길 수가 없겠죠. 진짜 아이가 무슨 죄라고...

처음에는 서로 좋아했지만 나중에는 집착만 남은 놈과 애증으로 변한 사람... 서로 좋아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가해자의 행위를 보면 로맨스는 아닙니다. 소개 항목에서도 로맨스가 들어가는 키워드는 없습니다.

  • 37화 : 작품 소개 아랫부분.
  • 42화 : 재회
  • 62화 : 1화 내용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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